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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의 誘惑

주하인 2007. 6. 20. 08:22

집에서 걸어나와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벤치에 앉았습니다.

 

8차로 맞은 편에

신록으로 우거진

작은 야산이 보입니다.

 

그리 맑지 않은

약간은 매캐한 듯한 공기가

코를 자극하였지만

그래도

아침의 그것은

싱그러웠습니다.

 

바람은 꼭 버틸만큼

아니

아직은 신선하다는 표현을 할 만큼

뜨거워지는 햇볕을 물리치며

산들산들 불어오고 있는

그런 아침이었습니다.

(그 날 아침은 아름다웠습니다 )

 

두 눈을 갸름히 뜨고

가슴 가득 숨을 들이시며

아침의 향취를 만끽하려는 순간

내 앞으로

갸녀린 여성이 서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올 버스를 향하여

좌측으로 돌아서 있는 상태였습니다.

 

 산이 받던

따사로운 그 햇살을

그녀의 볼이 받고

 불어오던

싱그러운 아침의 바람은

그녀의 머리결이 받고

 혼자서 느끼던

아침의 그  생기는

그녀의 실루엣이 받아

가로채는 듯 했습니다.

 

나의 눈은

맞은 편 산에서 벗어나

바로 앞에선

그녀의 자태로

곧 옮겨졌습니다.

 

 미끈한 다리와

다소

갸냘픈 듯한 엉덩이와

뇌쇄적이진 않지만

S 자를 그리는 허리를 지나

하얀 색의 브라우스에 쌓인

순수한 느낌의 등의 선을 따라 올라가

바람에 날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바라보았습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내 가슴은

웬지

얼마전 부터 잊었던

열정이

스물거리며

내 속을 밀고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내 시선은

다시

옆으로 옮겨 갔습니다.

 다소 마른 듯한 윤곽이

그대로 들어나 보이지만

그녀의 얼굴이 보입니다.

 

단아한 입술

진한 눈섭

오똑한 코

그리고

무엇보다 눈을 끄는 건

맑아 보이는 피부였습니다.

아니

실은 맑은 듯이 화장을 한

피부였습니다.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가슴이 뛰기 시작합니다.

 

입 안에서

갈증이 느껴지는 듯 싶었습니다.

오랫동안 잊어왔던

젊을 때의 그 힘들었던 그것과 비슷했습니다.

비록 그때보다는 훨씬 덜 강렬하지만 말입니다.

 

아 !

아침의 싱그러움을 뚫고

불현듯 찾아온

이 정념의 정체가 

무엇이란 말입니까?

 

가만히

가만히

내 속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조금은 달랐습니다.

 

여인의

그 맑고 흠없어 보이는

그 피부와

젊음의 라인에서

예전의 폭풍우치던 그 욕구와는 다른

어딘지 모를 잔잔한 끌림이 느껴졌습니다.

 

( 그렇다고 이리 수수하지만도 않했습니다. ^^* ) 

 

 이전에는 그랬습니다.

소유하고 싶다.

그러나

이제는 그냥 이렇습니다.

아.

아름답다.

 

이전에는

육적인 끌림이었지만

지금은 조금은 다른 듯 했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이 주는 그 상쾌한 유혹과도 같이

그녀의 젊음이 주는 싱그러움도

또한

잠시지만

유혹과도 같은 갈증이었습니다.

 

산이 주는 시원한 녹색의 생명력 처럼

그녀의 아름다움도

녹색으로 느껴졌습니다.

 

제가 그랬었습니다.

나오기 바로 전

약 40분 여의

깊은 묵상을 하고 나왔거든요.

 

그래서 인지요.

산이 주는 그것과

사람이 주는 그것의 감동도

똑같은 싱그러움으로

내 가슴을 살짝 흔들어 놓는 것 같았습니다.

 

주님이 만드신 모든 것은

아름다웠습니다.

진실로요.

그니의 피부를

곁눈질로

한참을 보았습니다.

 

버스가 왔습니다.

그녀는 갔습니다.

그렇지만

내 기쁨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눈을 들어

다시 산을 보았습니다.

신록이 참 푸르렀습니다.

뒤로 보이는 하늘도

참 맑았습니다.

내 마음도

그대로 있었습니다.

 

버스가 옵니다.

 

수첩을 집어 들었습니다.  

열심히 빈 곳을 찾았습니다.

단 한장도 남아 있는 것이 없군요.

그래서

열심히

구석구석

빈곳에다 필을 휘둘렀습니다.

 

주님이 주신

이 평안함

이 느낌

잊기가 싫었습니다.

 

버스가 흔들립니다.

그래도 적었습니다.

( 주님은  誘惑 입니다. ) 

 

참 기쁩니다.

주님은

나에게

誘惑입니다.

 

 새 수첩

하나 더 사야할 모양입니다.

주님이 주실 이 유혹을 적기 위해서 말입니다.

 

좋은 아침 입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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