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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핏빛이 그리 진한 것은

주하인 2006. 6. 20. 17:46

 

 

 

 

쪼그려 앉았다.

 

이젠

힘도 없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

그냥 무너지듯 내려 앉았다.

 

갈곳이 없다.

그냥

습관처럼

주님 앞에 주저 앉았다.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다.

그냥

무릎을 꿇어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 분의 아픔이 느껴져 온다.

십자가에 박히셨을 그 분의 그 고통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이제 머리 속에 그리던 예측을 넘어서

내 영혼에 파문을 그리기 시작한다.

 

아..

그 분이 고개를 드신다.

처절한 고통 속에서

그분은 날 느끼셨다.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힘듬 속에서

그분은

그 고통을 넘어 서셨다.

 

내가 십자가 앞에 있다.

그 사실이

그 분을 기쁘게 한다.

 

사막의 찢어질 듯한 더위

살을 에이는 통증

갈라지는 갈증의 혀에

포도의 상큼함을 넣어 드린다.

 

아..

 

내가 그랬다.

내가 주님께 그런 기쁨을 드렸다.

 

아무 것도 드릴 것도 없고

아무 것도 한 것없지만

그분은 날 강렬히 기뻐하신다.

내가

그 분에게 기쁨을 드렸다.

 

난 그 분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십자가에 흐르는

그 귀한 보혈의 핏빛이

왜이리 진한 줄

이제야 알겠다.

그 피가 진한 것은

나를 향하여 타들어가는 사랑 탓이다 !

 

난 사랑을 받고 있다.

 

 

 

 

...............

 

 

 

 

귀한 주님

하나도 온전한 것 없는 이 존재를

이토록 사랑하셔서

십자가에 달리셨단 말입니까?

 

눈뜨고 돌아서면

에브라임 같을 이 천한 자를 위하여

이리 반기신단 말입니까?

주여?

 

몸둘곳이 없습니다.

아..

도망가고만 싶지만

주님의 그 반기심이 기뻐서

그럴 수 조차 없습니다.

 

그냥

몸을 낮추어

당신 앞에 꿇어 엎드릴 뿐이올시다.

 

주여

 

주여

 

주여

 

무화과 첫열매로 거듭나길 소원합니다.

저의 성숙으로

당신의 기쁨이 되길 소원합니다.

 

내가 맺는 열매가

우리 주님 눈에

순간 반짝이는 눈빛의 원인이 되길 원합니다.

 

사랑하는 주님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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