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QT

비가 내리는 날(고전12:12-31) 본문

신약 QT

비가 내리는 날(고전12:12-31)

주하인 2008. 7. 24. 11:26

 

 비가 많이 내린다.

아침 출근 길에는

몇 방울 뿌리더니..

화단에 피어난 보라색 국화가

이슬같은 빗방울을 머금고 있는 것이 이뻐서

발길을 멈추고

사진기에 담다가 보니

그 빗속에서 견디어 낸

벌이 보인다.

 

 기특하기도 가련하기도 하다.

 

 진료를 하는 데

굵은 빗방울이 정신이 없이 쏟아진다.

오랫만에 한가한 시간이다.

갑자기 빗속의 벌이 걱정이 된다.

아니..

이 수해에 수재민들이 걱정이지

한낱 그 벌이 무에라 문제일까 싶지만

아름답기만 하지

아무런 재해의 보장이 되지 못하는

심지어는 꿀마져 비에 쓸려나갔을

오늘 아침의 국화는

벌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 듯 싶은데

그 꽃에 의지하여

바둥대고 있는 그 벌이

마치

썩어져갈 세상에

아직도 발을 담그고

아쉬움에 벗어나지 못하는

내 처지랑 비슷해서 인가?

이 어리석은 주모의 심성의 움직이랑......?

 

 아침 묵상 구절이

성령 안에서 하나된 지체다.

 그 지체로서의

연합의식

공동체 의식.

그리고 진실.

그 안에서

더 좋은 은사를 사모하면 (31.  너희는 더욱 큰 은사를 사모하라 내가 또한 제일 좋은 길을 너희에게 보이리라 ) 주실

좋은 길에 대한 말씀이시다.

 

 혹시

난 그동안

보라색 국화의 단꿀에만

아름다움이란 시각적 정욕에만 매달려

비오는 전조 증상을 무시하고

젖은 꽃가루에 몸을 동여매고 있는,

그래서 곧 있을

굵은 빗방울을 무시하고 있는

비에 젖어가는 벌은 아니지 않는가?

남들은

꿀벌 집에 들어 앉아

오는 비를 맞으며

지난 햇볕 아래에서 거둔

기도의 수확

성령의 단 꿀로 내릴 비를 바라보며

목을 축이고 있는데

어리석게도 이리 나와 비를 맞고 있음은 아닌가?

 

 저 벌은

왜 저리 혼자 비를 맞는가?

지체에 연합하지 못해서 인가?

너무 뛰어나서 인가?

너무 부족해서 인가?

주님의 사랑을 몰라서 인가?

왜 저러는가?

지금이라도

눈을 돌려

자기의 연합체에 돌아갔으면..

그리고는

넓은 가슴과

따스한 심장과

튼튼한 날개를 달라고

기도나 하고 있었으면.ㅎ.

 

 비가 많이 오니

별 생각이 다 든다.

 며칠 전 퇴근길.

건널목 넘으려는 데

사람들 많은데

아이들이 출발선에서 달릴 준비하는 것 같이

웅성웅성 모여 있다.

 아...

얼른 카메라를 빼어들었지만

촛점 잡을 시간도 없이

아이들이 달려나온다.

흔들려 버렸다.

 

 아이들.

이 아이들이

지체에 대하여

무슨 편견을 가지고 있을까?

주님 안에서

저렇게 하나되어

아름다운 연합이 되었다면......

뛰는 순간 만큼은

모두가 하나일 걸........

  

 

기도

 

주님.

비가 옵니다.

환난의 비가 옵니다.

벌에게도

수재민에게도

이 비는 큰 고통일 듯 싶습니다.

주여

부디

너무 고통 받는 사람이 나오지 않게 하시고

피할 길을 주소서.

주여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고 서로 귀히 여기는

그러한 날이 시작되길 원합니다.

주여

또한 간절히 바라옵기는

제가 아직도

꿀의 달콤한 환상에 매달려

보라색의 아름다운 빛에 정신 팔려

진실을 놓치지 않기를 원합니다.

내가 주님의 벌인 걸요.

주님이 허락하신 연합체의 일원인 걸요.

주님 몸을 이루는 지체인걸요.

부디 저로 합하게 하시고

하나되게 하시고

주님 진실에 눈 뜨게 하소서.

내가 갈곳은 벌통이지

이 비오는 아침의 꽃 위가 아님을 알게 하소서.

주여

진실이 진실임을 확실히 알게 하시고

주여

부디 절 붙들어 주소서 .

커다란 빗방울 같은 환란에 헤말리지 않게 하시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웃을 보게 하시고

자신을 긍휼히 여겨

주님의 눈으로 세상과 자신을 보게하소서.

그리하여

물흐르듯 잘 흐르는

생명의 기운이

내 영혼에서 운동케 하시고

이웃과 잘 화합하게 하소서.

모든 것을 주님께 의탁합니다.

저 혼자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고백합니다.

긍휼의 은사

사랑의 은사를

가장 좋은 은사로 알고 있사오니

간절히 간구합니다.

도우소서.

그리하여

제가 간 벌 통이

천국의 벌통이 되게 하소서.

제가 있는 곳이

하나님의 영이 운행하는 장소가 되게 하소서.

그것을 누구도 알게 하소서.

 

 비가옵니다.

주님

마음도 그렇습니다.

비록 한가하지만

그리 여유롭지만도 않은 아침입니다.

비오는 꽃 위의

벌같은

이 주하인을 불쌍히 여기소서.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비오니

주님...

지혜와 긍휼의 은사를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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