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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의 나무

주하인 2006. 4. 3. 13:04

 

 

 

 

 

 세상 모든 건 그렇다.

 

그냥 그대로 서 있어 왔다.

비록 언찮은 모습일 지라도

그냥 그렇게 서 있다.

 

휘엉한 들판에

외로운 바람이 불어도

그 속에

진한 외로움과

누구도 쳐다 보지 않는

공허가

천년을 꿰뚫어도

그냥 그리

서 있다.

 

지나던 그 어느 누가

그에게 의미를 붙혀 주고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볼 바로 그 한 순간을 위해..

 

천년을 지속한

그 허허로움의 인내는

드디어 한 줄기

감탄사와 함께

공간을 빈틈없이 채우는

화려한 몸짓으로 비상한다.

 

그렇다.

 

주님은

기다리는 모든 자에게

특별한 소망을 허락하셨다.

 

 

 

 

 

 

06.04.01 울산 두동면의 봄 맞이 들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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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펀 사진기로 찍은 실체 ..)

 

그 나무는 옷을 다 벗은 나목으로 하늘을 향해 까만 몸체만 그르테스크하게 손을 뻗은 느낌이었습니다.

물빠진 논으로 이루어진 들판은 이제 노란 짚으로 깔려 전체적으로 황금 빛이었으나 겨울의 스산함에 이제는 봄빛으로 생기가 돌았습니다.

그 넓은 들판 한가운데 논두렁 사이에 그 나무는 서 있었습니다.

뒤로는 낮은 야산이 둘러 쌓고 있었지요.

너무나 외로운 모습으로 그 나무의 뻣어나간 가지의 형국이 그 외로움을 처절히 호소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나무는 더 이상 외로움의 표징은 아니었습니다.

아름다왔지요.

그 아름다움은 오랜 인고로 이루어진 외로움과 기다림의 결과로 익어간 것이었습니다.

그 외로움이 이제는 제 눈과 감성으로 인하여 아름다움으로 승화했습니다.

 

주님이 그럴 것입니다.

저의 깊은 외로움을

언젠가는 한마디로 의미를 붙혀주실 겁니다.

그 때쯤

어느새

알지못하는 깊음으로 저는 익어 있겠지요.

누군가 날 보며

감탄 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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