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Q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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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마음

사자 남편과 소 아내의 만남과 이별이야기(펌)

주하인 2006. 5. 24. 08:32
<사자 남편과 소 아내의 만남과 이별이야기>

늘 사랑하며 살면 얼마나 좋겠는지요.. )


옛날에 그러니까 호랑이 담배 끊던 시절에..., 아주 아름다운 소와 아주 용감한 사자가 있었습니다. 이 시대엔 아직 사자가 소고기 맛을 몰라..., 둘은 죽도록 사랑을 했답니다. 결국 둘은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결혼해 한 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물론 둘은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기로 아름답게 빛나는 초원의 별빛 아래 약속까지 했습니다.


신혼살림을 책임지던 예쁜 소는 최선을 다해서 콜레스테롤도 없고 건강에도 좋다는 맛있는 풀만을 골라 날마다 사자에게 대접했습니다. 연애시절 사자는 고기를 좋아했지만 풀을 좋아하는 소를 위해 늘 샐러드 바에서 같이 식사를 하곤 했으니까요. 사자도 처음엔 예쁜 소의 정성을 생각해 고기 먹고 싶은 맘을 악착같이 누르고 정말 맘에 안드는 식사시간을 억지로 웃으며 참았습니다.

그러다 영양결핍 걸릴까 걱정이 되기 시작한 사자는 꾀를 내어 소의 행주치마를 빼앗고 부엌에 들어가선 남녀평등을 주장하며 자기가 주방장이 되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이렇게 부엌을 책임지게 된 사자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맛있는 살코기 스테이크를 날마다 소에게 대접했습니다. 소 또한 채식 위주로만 먹고 살던 식습관 탓에, 점점 망가지는 몸매를 보며 오버하는 사자를 말릴까 말까 고민하면서도 남편 기살려주기 차원에서 괴로운 맘을 누르고 한없이 참았습니다.


그러나, 신혼시절이 서서히 끝나고..., 코도 골고 이도 갈고 대소변도 보고 그저 평범한 동물에 불과한 서로의 모습이 보여지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참을성은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둘은 그래도 서로에 대한 사랑을 믿으며 식탁에 마주앉아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결국 시댁의 문제와 처갓집 문제까지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주방에서 시작된 먹거리 전쟁 문제는 뼈대 있는 양 집안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커다란 문제로 확대되고 말았습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보단 자기 집안에 대한 자존심이 더 중요해진 사자와 소는 결국 크게 다투기 시작하고 한때 맛있는 살코기 스테이크와 건강에 좋은 야채 샐러드가 담겨있던 그릇들은 부엌에서 주인을 잃은 채 박살나고 맙니다. 이들은 결국 자기를 이해해주지 않는 서로를 한없이 미워하는 감정으로 치달아 마지막 잘 가라는 말조차 섞지 않은 채 끝내 헤어지고 맙니다.


헤어지고 나서 각자 자신의 가문으로 돌아가 다시 외롭게 혼자가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한 소와 사자는, 한때 모든 것을 다 바쳐 사랑했던 서로를 생각하며 "난 최선을 다했어"라고 속삭였습니다. 그리곤 헤어짐의 아픈 상처를 서로에게 모두 뒤집어 씌우며 결코 자신의 잘못은 돌아보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세상에 미움과 분노라는 감정이 가득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먼 옛날 한 때 그렇게 좋은 신혼부부였던 소와 사자 또한 다른 동물들과 같이, 먹고 살기 위해 싸움을 하게 되었고..., 사자는 좋아하던 살코기만 실컷 먹고 힘이 세져서 동물의 왕이 되었지만 결국 그 힘 때문에 제 종족들에게 잡혀먹는 신세가 되고 말았고..., 풀만 좋아하면서 자기 신혼생활을 갈기 갈기 찢어놓았던 소에 대한 원망의 맘이 머리 갈기로 뒤바뀌어 수풀처럼 나부끼게 되었답니다.

소는 풀만 뜯어먹다가 사자에게도 잡아먹히고 인간에게 끌려가 한평생 중노동을 하면서 살다 죽어야 하는 운명 속에 갇히게 되었고..., 사자에 대한 원망으로 결국은 뿔까지 났다고 합니다.


소가 소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고, 사자가 사자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면..., 그들의 세상은 혼자 사는 무인도같은 세상일 겁니다. 이런 세상은 소만 있는 소의 세상, 사자만 있는 사자의 세상일 뿐입니다. 결국 남과 같이 행복하게 살지 못하고, 늘 혼자서 외롭고 불쌍한 생명체들만 가득한 세상이 되고 말겁니다.


우리는 늘 최선을 다해 살아가란 얘기를 자주 듣지만...,

나 위주로만 생각하는 최선, 상대를 못 보는 최선, 그 최선은 최선일수록 최악의 결과를 낳고 맙니다. 내가 가장 많이 얻게 되면 그걸 뺏긴 상대방은 악착같이 나를 또 제거하려 할테니까요. 결국 아무리 힘든 경쟁 속에서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 악을 쓰며 살아가더라도, 아주 조금만이라도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최선이 진짜 가치있는 최선(最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내가 주고싶은 작은 정성과 맘을 모아,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들어주고 생각해주고 채워줄 수 있는 그야말로 작은 최소한의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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