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Q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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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싱가폴 여행기 (펌)

주하인 2005. 9. 3. 16:09
http://blog.naver.com/tprjawjd72/140006071712
출처카페 : 아이와 함께 여행을 / 팔등신
싱가포르는 현재 진화중...
‘아시아의 작은 선진국’, ‘동양의 진주’ 등의 찬사에서 ‘3일간만의 낙원’, ‘Everything is fine country(‘모든 것이 벌금’이라는 중의적 의미)’같은 조소 섞인 농담까지, 인도양을 면한 말레이 반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가리키는 별명은 참으로 많다. 너무도 잘 알려져 있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나라. 그리니치 빌리지나 세느강변에서의 멋드러진 연애담 조차 그닥 대수로울 것 없는 글로벌 세대에게 동남아의 이 작은 나라는 과연 어떤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시작부터 친절함과 편안함으로

싱가포르 항공의 기내로 들어서니 상큼하고 은은한 향기가 비행 전 항상 느끼곤 하는 가벼운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한결 거두어 준다. 비행기에 탑승하며 이러한 청량감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자국을 찾는 손님들을 위한 관광대국 싱가포르의 친절하고 세심한 배려는 그렇게 바다 너머 싱가포르를 향한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승무원들이 분주한 동작으로 기내의 여기저기를 체크하고 있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 널리 알려진 그녀들의 아름다운 몸매가 피에르 발망Pierre Balmain이 디자인했다는 전통적이면서도 뇌쇄적인 유니폼 위로 한껏 드러나고 있다. 도무지 시선을 거두기가 힘들다. 남성 승객들을 위한 동양적 서비스 방식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으나, 아름답고 상냥한 젊은 여성은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한다는 단순한 논리로 이내 생각을 접고 만다.

동행한 사진 작가와 취재 및 촬영 스케줄을 검토하고 있으려니 곧 기내식이 제공되었다. 플레이트의 한켠에 김치와 고추장이 놓여있다.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김치 민족의 후예임은 역시 어쩔 수 없는 사실인가 보다. 새벽녘부터 일어나 준비를 한 탓인지 식사를 마치자 졸음이 쏟아졌다. 비행 스케줄을 알리는 기내의 스크린을 보니 도착까지는 아직 4시간 이상이 남아 있다. 등 따뜻하고 배부르면 잠이 온다는 사실은 시공을 초월한 진리임을 새삼 확인하며 잠이 들었다.

비행기는 남지나해南中國海의 하늘을 타고 인도차이나 반도를 지나 어느덧 싱가포르로 접근하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곧 착륙한다는 기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장거리 비행의 지루함이 슬슬 느껴지기 시작할 참이었다. 비행기의 타이어가 활주로에 닿는 느낌과 함께 자 새로운 땅에 발을 내딛는다는 설레임이 가슴속에서 일기 시작했다.세계 유명 잡지사와 여러 항공사의 기장들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공항’ 자리를 10년 이상 지키고 있는 창이공항(Changi Airport)은 소문대로 깨끗하고 편리했다.

입국심사대 앞의 긴 줄에 서서 흔히 볼 수 있게 마련인 여행객들의 피곤하고 짜증스런 표정 따위는 창이공항에선 찾아 볼 수 없었다. 마치 국내선 승객(싱가포르에서 국내선 승객은 있을 수 없지만 말이다) 마냥 신속하게 공항을 벗어나며 드는 생각은 이 정도면 여행의 시작은 일단 대만족이라는 것.

공항 밖으로 나오니 작렬하는 태양빛에 후덥지근한 날씨가 영락없는 한여름이다. 자켓을 벗고 지나가는 공항직원에게 날씨를 물으니 섭씨 32도 가량이란다. 섭씨 32도의 가을이라. 시원해진 바람과 높아가는 하늘 얘기로 한창인 한국의 분위기를 생각해보니 일년 내내 이런 날씨라면 조금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로 향하는 East Coast Expressway의 도로를 따라 작고 아름다운 나라 싱가포르의 풍경이 펼쳐진다.

약간 좁은 듯 좌측 통행을 하는 깨끗한 차도가 일본의 남부지방 같은 인상이 들기도 하고 황금 빛 햇살과 길가에 늘어선 야자수의 그림이 하와이와 비슷한 것도 같다. 그런가 하면 줄줄이 보이는 한자어 간판에서는 중국적인 분위기가, 주홍빛 기와지붕에 하얀 칠을 한 지중해풍의 건물들에서는 유럽적인 정취가 느껴지기도 한다. 모든 곳과 닮아 있으며 또한 그 어느 곳하고도 같지 않은 이곳. 이곳은 싱가포르다.

남국의 따스한 바람 그 향기는 ‘Fusion’이었다.

여장을 풀고 나선 거리는 주말을 맞이하는 유쾌함으로 가득하다. 싱가포르에 체류하는 동안 묵을 그랜드 플라자 파크 로얄 호텔Grand Plaza Park Royal Hotel은 다운타운의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데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빽빽이 들어선 빌딩 숲과 그 사이로 제법 분주해 보이는 행인들의 걸음에 문득 뉴욕의 거리가 떠올랐다. 이곳은 분명 싱가포르인데 자꾸 다른 곳을 연상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리둥절한 기분이다.

그 순간 개량한 차이니즈 드레스 차림의 금발 미인이 캔으로 된 우롱차를 들고서는 총총 걸음으로 내 앞을 지나쳐 택시를 잡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아하’ 하는 자조적인 감탄사를 흘릴 수 밖에 없었다. 현대적인 빌딩들과 야자나무, 유럽풍의 교회와 한자어 간판들이 어딘가 부자연스러우면서도 묘한 조화를 이루는 이 난해한 분위기의 거리에서 그녀는 모든 것을 명쾌하게 풀어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배우였던 것이었다. 배우로서 그녀의 매력을 말하자면 바로 ‘퓨전’이었다.

사람의 두뇌란 참으로 단순해서 익숙치 않은 무언가를 대하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카테고리라 불리는 인식의 고리에 적용시키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인식의 고리 안에 정연하게 배치되었을 때 익숙치 않은 무엇과 나 사이에는 비로소 ‘이해’라는 다리가 놓이게 되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당황과 혼돈이 남는다. 퓨전이라는 카테고리를 찾아내자 부자연스럽고 어설퍼 보이던 싱가포르의 모든 풍경들이 ‘이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어설픈 듯한 겉모습 뒤로 우러나는 독특한 멋스러움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생각이 이에 미치자 갑자기 싱가포르의 거리들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다.

싱가포르의 퓨전 역사는 제국주의 시대, 아시아 중계 무역의 거점을 찾던 영국이 이슬람 문명의 조호르국(國)으로부터 싱가포르를 사들인 18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對아시아 거점으로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기존의 토속적인 문화 속으로 서구의 합리적인 사회 시스템과 생활양식이 스며들게 되었고, 1800년 후반에서 1900년 초반에는 광동성廣東省이나 해남성海南省 등지로부터 현재 싱가포르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중국계 이민자가 대거 몰려들면서 화교문화가 생겨났다. 게다가 인도, 인도차이나 등지에서도 많은 이민자가 건너왔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일본의 점령 하에, 1960년대에는 독립을 위한 전략으로 말레이시아 연방의 일부에 속하기도 했었으니 싱가포르는 그야말로 다민족, 다문화 국가로서의 배경을 제대로 갖추게 된 셈이었다.

이러한 배경 위에서 1965년 출범한 리콴유李光耀 정부는 심리적, 정치적인 면을 포함한 여러 각도에서 싱가포르 내에 공존하는 다양한 문화들을 화합,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시도하였고, 그 결실로 싱가포르의 문화적 다양성은 분쟁 요소가 아닌 국가의 주요한 관광자원으로 승화되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싱가포르 사회의 깊은 내면에는 다른 민족간 갈등이나 반목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서양인과 인도인이 정겨운 웃음으로 함께 차를 나누고 말레이인과 중국인이 어깨동무를 한 채 걷고 있는 저 풍경 속에 여타 다민족 국가의 거리에서 느껴지는 반목이나 배타의 검은 음영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싱가포르 슬링의 원조라는 래플즈 호텔Raffles Hotel을 찾아 지도를 뒤적이는 기자에게 옆에 서 있던 한 노인이 맘씨 좋은 웃음을 지으며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한국에서 싱가포르의 문화를 취재하러 왔다고 대답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운다. 그리고는 말한다. “We are Asian!” 우리를 위한 우리만의 ‘We’가 아닌 모두를 포용하는 ‘We’. 싱가포르의 좁은 거리 위에는 지구촌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가치가 넘쳐나고 있었다.

진화하는 싱가포르

“담배를 마음 놓고 피울 수 있는 장소 좀 알려주세요.” “담배를 버리다 걸리면 곤장을 맞는다”, “껌을 씹어도 벌금을 내야 한다”는 등 깨끗한 도시 싱가포르의 엄격한 법규에 대해 귀가 아프도록 들어온 기자의 질문에 싱가포르에서 17년을 살았다는 교포 아주머니의 대답은 의외로 싱거운 것이었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랍니다.”

영화 데몰리션 맨에서 보았던 욕설도 섹스도 모두 금지된 2032년의 LA를 기대했던 것일까? 곳곳에 버려져 있는 담배꽁초와 뉴요커들을 무색케 할만한 무단횡단의 달인 싱가포르인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자 약간 실망스러운 마음 마저 들었다. “확실히 예전보단 심해진 것 같아요.”교포 아주머니가 덧붙인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싱가포르도 확실히 변하고 있지요.”

아시아의 여느 국가들과 다름없이 싱가포르 역시 오랜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로 고전 중이다. 중계 무역과 금융업이 주요 산업인 이 나라에 이웃 국가들의 불황은 치명적인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밝고 활기찬 거리의 이면에서는 지친 듯한 표정의 싱가포르 인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불황을 타계하기 위해 싱가포르가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것은 바로 관광산업. 이미 바닥이 드러난 물리적인 관광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민관이 합심하여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 노력은 가히 감동스러울 정도다. 이번 취재를 통해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 몇가지를 꼽으라면 관광지로서 자국의 매력을 홍보하기 위한 싱가포르 관광청 직원들의 열정적인 노력과 치밀한 준비를 결코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아시아의 ‘오페라하우스’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에스플러네이드esplanade’, 싱가포르의 전통 가옥인 숍 하우스Shop House를 개조하여 중국계 이민자들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놓은 ‘차이나타운 헤리티지 센터China Town Heritage Centre’ 그리고 휴양지로 유명한 센토사 섬을 관광과 휴식, 유흥과 레포츠가 모두 가능한 종합 리조트 타운으로 변모시키기 위한 ‘센토사 섬 10개년 개발계획’ 등이 모두 이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이다.

이중 10월 12일 역사적인 개관식을 앞두고 있는 대형 극장 에스플러네이드는 아시아의 새로운 랜드마크이자 문화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싱가포르를 세상에 알릴 상징적 존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970년에 첫 기안이 작성된 후 30년 이상의 세월이 소요되었다는 이 거대 프로젝트는 열대 해변의 정취와 현대적인 항구의 분위기가 멋지게 어우러진 마리나 만(Marina Bay)에 자리하고 있는데, 부드러운 곡선형의 외형과 표면에 무수히 박아놓은 삼각형의 조형물이 이루어 내는 독특한 이미지 덕에 현지 언론으로부터 이미 파인애플이라던가 두리언(동남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과일) 등의 별명을 얻어놓은 상태다. 이 삼각판들은 비단 시각적인 아름다움 뿐 아닌 더 나은 채광성을 위해 설치한 것이라는데, 의도야 어찌됐건 이것들 덕에 건물은 원시적이면서도 미래적인 그로테스크한 매력을 가지게 됐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바닷가에 웅크리고 있는 에메랄드 빛의 아르마딜로라 부르면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조금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니 푸른 빛의 바다와 에스플러네이드, 그 뒤로 솟아 있는 다운타운의 스카이라인이 세계 3대 미항이라는 시드니 못지 않게 아름답다. 머지않아 저 풍경이 싱가포르에 관련한 각종 여행서적이나 관광사이트의 표지를 장식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에스플러네이드의 내부로 들어서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미술가 구웬다谷文達가 세계 각국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사용해 만들었다는 만국기의 퍼레이드다. 여기저기 인부들이 보이는데 내부는 아직 완공되지 않은 상태임을 곧 알 수 있었다. 에스플라네이드의 내부는 메인 극장과 메인 콘서트 홀을 주축으로 2층과 4층에 위치한 리사이클 스튜디오, 아담한 크기의 도서관과 각종 카페, 상점 등의 편의시설로 이루어져 있다. 건물 외부에는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아름다운 노천극장도 마련되어 있다.

메인 극장은 전체적으로 중후한 느낌의 브라운 톤으로 현대적인 감각과 유럽풍의 클래식한 분위기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무대에는 100명까지의 인원이 오를 수 있다고 하며 4층으로 이루어진 객석은 총 2,000개의 좌석을 갖추고 있다. 모든 시설은 최상급이다. 콘서트 홀 역시 전체적으로 브라운 톤을 유지하고 있는데 극장에 비해 화려하다. 1,600개의 좌석을 갖추고 있으며 가변형의 리벌버레이션 챔버와 어쿠스틱 카노피를 채용하여 관객들이 각 음악의 성격에 맞는 최고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특히 주목할 만했다. 양 홀 모두 좌석간의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어 앉은 키가 큰 앞사람으로 인해 관람에 방해를 받는 일은 결코 없을 듯했다.

에스플러네이드를 돌아본 후 머라이언 공원Merlion Park으로 향했다. 잠시 후 그곳에서는 싱가포르의 상징인 머라이언이 자리를 옮긴 것을 축하하는 행사가 있을 예정이다. 머라이언 공원으로 향하는 다리 위를 걷고 있노라니 어느새 싱가포르는 노을 빛으로 가득 물들어 있다. ‘예쁘다’라는 단어가 이토록 잘 어울리는 도시가 있을까? 뒤돌아 에스플러네이드를 보니 그 혁신적이고도 아름다운 모습에 다시금 감동하게 된다. 저렇게 멋진 극장을 가지게 된 싱가포르인들이 부럽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머라이언 공원에 도착하니 싱가포르 및 각국에서 온 취재단과 행사 관계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다소 진부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커다란 베일로 덮여있는 싱가포르의 흰 사자 머라이언은 나름대로 위엄이 있는 듯도 하다. 행사를 위해 준비된 칵테일을 홀짝거리다 보니 살짝 취기가 돈다. 동물이나 식물 등을 통해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고대의 애니미즘이 온 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인간복제의 득과 실이 논쟁거리로 대두된 2002년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한다.

문득 시원한 열대의 저녁 바람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 바람도 고대나 지금이나 변함 없으리라. 내년이면 80세가 된다는 리콴유 전수상이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등장해 축하 연설을 시작했다. 자신감과 깊이가 우러나는 멋진 목소리다. 성공적인 인생을 산 사람의 목소리란 저런 것일까? 싱가포르의 상징인 머라이언이 새로운 둥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를 축하하는 불꽃들이 하늘을 찬란하게 수놓기 시작한다. 조화와 질서의 나라. 아시아의 아름다운 낙원 싱가포르는 그렇게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ITINERARY

보보스족을 위한 Three Days+Three Nights in Singapore

끊임없는 업무와 스트레스의 산을 더 이상 오를 기력이 없는 당신. 그런 당신에게 자유로이 즐길 수 있는 며칠의 시간이 허락된다면? 이런 황금 같은 시간을 여행서적 뒤적이는 데 낭비하는 비극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깊숙히 외떨어진 리조트는 왠지 따분할 듯하고, 북적대는 도시는 더더욱 사양하고픈 보보스족들에게 열대 해변에서의 나른한 휴식과 아기자기한 도시의 매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싱가포르는 어떨까? 당신을 위해 싱가포르에서의 달콤한 3일을 스케치 해보았다.

1st Day Feeling Singapore

9:00am : 싱가포르로 향하는 비행기는 대개 오전에 출발한다. 새벽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아침 공기를 마시며 시원하게 뚫린 신공항도로를 질주하다 보면 기분은 금새 날아갈 듯 상쾌해질 것이다. 인천-싱가포르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싱가포르 항공이 각각 매일 운항하고 있으므로 출발일의 선택은 자유로운 편. 싱가포르는 연중 무더운 나라이니 옷차림은 반바지에 가벼운 티셔츠와 저녁을 위한 얇은 가디건 정도면 충분하다.
항공료: 10월 기준으로 주중 58만원 주말 64만원 선. 싱가포르 항공에서는 VISA 카드 회원을 위한 특별 할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00pm : 오전 비행기를 탔다면 싱가포르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후 2시 30분 경. 등급을 거부한다는 래플즈Raffles나 김지호 부부가 묵고 간 것으로 유명한 풀러튼 호텔Fullerton Hotel 정도라면 여행의 베이스캠프로서 더할 나위 없을 듯. 예약은 필수이니 잊지않도록 하자. 짐을 풀고 나서는 하이 티 타임High Tea Time을 즐겨보자. 하이 티 타임은 영국에서 건너온 문화로 ‘오후의 홍차’ 같은 개념인데 싱가포르에서도 트랜디한 문화로 정착했다. 각 호텔들은 3시~4시 경에 달콤한 케익과 향기로운 차를 준비해 하이 티 타임을 가지고 있다. 이 시간을 이용해 호텔 사우나에서 부드러운 마사지 스파를 받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 비행에서 얻은 피로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숙박료: 풀러튼 호텔 1박 기준 Room S$450~650 Suite S$800-1500  스파: 약 S$60
문의: 65-733-8388, www.fullertonhotel.com

6:00pm : 슬슬 배가 고파온다. 싱가포르에서의 첫 만찬은 스위스 호텔Swiss Hotel의 스카이라운지 이퀴녹스Equinox에서 하기로 한다. 72층에 위치한 이 레스토랑에서 환상적인 도시의 야경을 발 아래 둔 채 식사를 하고 있노라면 21세기의 신선이라도 된 기분이다.
이퀴녹스: 저녁메뉴 S$50~100, 맥주 및 음료수 S$7~10
문의: 65-6338-8585, www.swissotel-thestamford.com

9:00pm : 식사를 마쳤다면 다시 지상으로 내려와 래플즈 호텔로 향한다. 스위스 호텔과 붙어있기 때문에 찾기 쉽다. 래플즈 호텔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로 오리지널 싱가포르 슬링. 이 감미로운 칵테일이 세상에 처음 선을 보인 곳이 바로 래플즈 호텔의 롱 바Long Bar이다. 땅콩 껍질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고풍스런 바와 화려한 빛깔의 싱가포르 슬링이 한폭의 그림을 이루어낸다. 싱가포르 슬링의 맛과 향기에 취할 즈음이면 싱가포르와의 첫 대면식은 대충 마무리 되었을 듯.
롱 바: 싱가포르 슬링 S$18, 잔을 가져갈 경우에는 S$25
문의: 65-6339-7777, www.rafflescityhotels.com

2rd Day Into the Town

9:00am : 주롱 새공원은 빼놓을 수 없는 코스. 공원에 들어서면 바로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온다. 조금 올라다가 보면 아름다운 노천식당 더 로지 레스토랑The lodge restaurant의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아침식사는 여기서 하기로 하자. 음식은 뷔페식으로 제공되는데 주방장이 바로 구워주는 고소한 프라타Prata에 카레를 얹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귀여운 앵무새들의 재롱과 아래로 보이는 호수에서 플라밍고떼가 벌이는 핑크빛 무도회는 물론 무료로 감상 가능.
주롱 새공원 입장료: S$12, 더 로지 레스토랑 아침뷔페: S$15.44
문의: 65-6265-0022, info@birdpark.com.sg

11:00am: 주롱 새공원에서 상쾌한 아침을 보낸 후엔 선텍 시티Suntec City를 방문해 보자. 풍수지리설에 입각하여 부처님의 손바닥 모양으로 지어졌다는 이 거대한 빌딩 콤플렉스에는 컨벤션센터, 쇼핑몰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선텍 시티에서 출발하는 덕 투어Duck Tour는 놓치지 말아야 할 코스. 재미있게 생긴 오리 모양의 수륙양용 배를 타고 육지와 물을 넘나들며 싱가포르의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빠져들어보자.
덕 투어: S$33
문의: 65-339-3301, duckie@starhub.net.sg

2:00pm: 탄종 파가 거리(Tanjong Parga Rd)에는 중국계와 말레이계의 혼혈인 페라나칸Peranakan 전통음식점 블루 진저Blue Ginger가 있다. 소박해 보이는 이 식당은 사실 음식경연대회에서 수차례나 수상한 바 있는 명소중의 명소. 달콤한 간장 소스를 발라 구워낸 새우(Udang Goreng Yauyu Lada)와 인도 요리에서 비롯했다는 매콤한 맛의 노냐 피쉬해드 카레(Nonya Fish Head Curry) 그리고 칼라멘시Calamensi라 불리는 라임으로 만든 음료는 주방장이 추천하는 메뉴. 디저트로는 두리언 첸돌Durian Chendol이 도전(?)해 볼만하다..
에피타이저 S$6~10, 구운 새우요리 S$14.50, 노냐 피쉬해드 카레 S$23.50, 두리언 첸돌 S$4.80
문의: 65-6222-3928, www.theblueginger.com

4:00pm: 인구의 대부분이 화교인 싱가포르에서 차이나타운에 특별히 볼거리가 있을까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싱가포르의 차이나타운은 그곳 만의 독특함이 있다. 특히 6년간의 준비 끝에 최근 완성된 차이나타운 헤리티지 센터Chinatown Heritage Centre는 방문해볼 가치가 있는 새로운 명소. 큐비클Cubicle이라 불리는 초기 이민자들의 공동 주택을 개조해 만든 이 작은 박물관에는 중국 이민자들의 삶이 담긴 많은 유물과 자료들이 오롯이 복원,전시되어 있다. 싱가포르의 역사를 일구어낸 중국인들의 희로애락을 느껴볼 수 있는 곳.
차이나타운 헤리티지 센터 입장료: S$8
문의: 65-6325-2878, www.chinatownherotage.com.sg

6:00pm: 차이나타운의 벼룩시장을 따라 걷다보면 오른편으로 차이나타운 먹자골목(China Town Food Street)이 나온다.약 100m 정도의 거리 양쪽으로 파라솔이 달린 테이블과 수십 개 식당이 늘어서 있는데 차이나타운 특유의 어수선하면서도 소박한 운치가 있다. 저렴한 가격에 중국 및 싱가포르의 각종 요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음식가격: 1인당 S$5~10

8:00pm: 나이트 라이프를 사랑하는 싱가포르의 보보스족들이 즐겨 찾는 곳은 어디일까? 보트 키Boat Quay나 클락 키Clarke Quay? 비행기에서 잠깐 인터뷰했던 승무원들의 말에 의하면 위 거리들은 이미 한물 간지 오래. 최근 싱가포르의 멋쟁이들이 모여드는 곳은 바로 무하메드 술탄 거리(Muhamed Sultan Rd.)란다. 그다지 크지 않은 이 거리에는 전통 가옥인 숍 하우스Shop House를 개조한 펑키한 스타일의 클럽이나 바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오늘 밤은 싱가포르의 유행을 리드하는 세련된 젊은이들과 함께 즐겨보자.
Club: S$15 음료수 티켓 포함
Bar: 음료수 S$5~10, 맥주 S$12~15, 칵테일 S$10, 와인 1잔 S$10 1병 S$45

3rd Day Sweet Ending

9:00am: 아침식사는 보태닉 가든Botanic Garden의 할리아 레스토랑Halia Reataurant에서 아름다운 식물들과 함께 즐겨보자. 망고나무 잔에 담아져 나오는 음료 할리아 인퓨젼The Halia Infusion은 주방장이 추천하는 메뉴. 식사 후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보태닉 가든을 산책해본다. 수백가지 아름다운 꽃들을 감상하노라면 디저트가 따로 필요 없다.
할리아 레스토랑 아침뷔페: S$15
문의: 65-6287-0711, julianalee@javacoast.com.sg

12:00pm: 오차드 로드Orchard Rd는 너무도 유명한 싱가포르 최대의 쇼핑거리. 이세탄Isetan, 니안 시티Ngee Ann City등 고급스런 대형 쇼핑몰과 세계의 명품 부띠끄가 총집결 해있다. 가격은 버버리나 셀린의 핸드백이 S$500, 폴로 랄프로렌의 가을의류가 S$150 정도로 한국에 비해 저렴한 편. 싱가폴의 젊은 여성 사이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스페인 브랜드 망고Mango나 싱가포르 고유 브랜드인 블러드 브라더스Blood Brothers, 송앤켈리Song&Kelly 등의 매장을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점심식사는 현재 싱가포르에서 인기 절정이라는 빵집 브래드 토크Bread Talk에 들러 가장 먹음직스러운 빵을 하나 골라 노천의 스타벅스에서 해결한다. 옆 테이블의 사람과 날씨 얘기라도 나눌라치면 반쯤은 싱가포르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다.

6:00pm: 마지막 밤이다. 보트 키 쪽으로 걸음을 옮겨보자. 싱가포르 강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이 여행의 기분 좋은 피로를 가라앉혀 주는 듯하다. 보트 키의 맞은편에 위치한 레스토랑 인도쉰느Indochine는 마지막 만찬을 즐기기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곳. 톰 크루즈나 공리 등이 다녀갔다는 이 레스토랑은 이름 그대로 인도차이나 요리 전문이다. 노천의 테이블에 앉아 강변의 낭만적인 야경을 감상하며 식사를 즐긴 후에는 다리 건너 보트 키로 가서 가벼운 칵테일이나 맥주로 싱가포르에서의 3일간을 정리해본다.
인도쉰느: 에피타이저 S$20~30, 치킨&비프 요리 $20~30 해물요리 S$30-40, 디저트 S$10~15
문의: 65-6339-1720, www.indochine.com.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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